원본 영상: 투기꾼이 데이터센터에 빨대를 꽂고 있습니다 - 하수정 경제전문기자 — 손에잡히는경제
요약
최근 생성형 AI 열풍으로 미국 전역에서 AI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가 폭발하면서, 일명 'AI 데이터센터 골드러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하이퍼스케일러나 전문 운영사뿐만 아니라 스트립클럽 운영자 출신 변호사 등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이 전무한 비전문가와 기획부동산 투기 세력까지 대거 뛰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신규 데이터센터 계획 전력량 277GW 중 절반이 넘는 52%(145GW)가 데이터센터를 단 한 번도 운영해 본 적 없는 신규 진입자의 물량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열풍이 불어붙은 핵심 원인은 '전력망 접속'과 '인허가' 병목 현상에 있습니다. 전력망 연결 대기 시간이 기존 2년에서 5~8년으로 급증하자, 기술력이 없는 투기 세력이 변전소 인근 부지를 미리 선점한 뒤 인허가와 전력 접속 대기 순번을 확보하고, 이를 페이퍼컴퍼니 형태로 통째로 되파는 '플리핑(Flipping)' 수법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버지니아주에서는 개발사가 토지와 인허가를 확보한 뒤 1년 만에 전문 운영사에 10배 가격으로 되팔아 거액의 차익을 남긴 사례가 발생했으며,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정치인이 메타 데이터센터 유치를 주도하면서 인근 부지를 사전 매입해 전력 회사에 매각하는 정경유착 비리 스캔들까지 불거졌습니다.
이에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와 텍사스 전력망 운영기구(ERCOT) 등은 선착순 신청 제도를 폐지하고 실체성 및 자금 조달 능력을 엄격히 심사하는 대책을 마련 중입니다. 백악관 역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오픈AI 등 주요 빅테크 7개 사와 '전기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을 체결하여 인프라 구축 비용을 기업이 직접 부담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지적되는 데이터센터 시장의 투기 및 '유령 데이터센터' 문제는 AI 산업 전체의 거품이라기보다는 급격한 수요 폭증과 전력 공급 병목이 만들어낸 구조적 교란 현상에 가깝습니다. 모건스탠리 추정에 따르면 주요 빅테크의 AI 설비투자(CapEx)는 2027년 1조 1,160억 달러에 달할 만큼 실질 수요 자체는 매우 견고합니다. 다만, 수익화 시점보다 과도하게 앞서나가는 투자 경쟁이 포커판의 치킨게임처럼 과열되고 있는 만큼, 향후 규제 당국의 유령 물량 솎아내기와 전력망 공급 병목 해소 속도가 AI 인프라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결정지을 전망입니다.
내 생각
전력 접속 순번까지 선점해 되파는 투기 세력의 행동은 역설적으로 AI 생태계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임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인프라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투기적 양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 기업들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수백조 원씩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 치열한 투자 경쟁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IT 버블 시절의 서바이벌 경쟁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이것이 치킨게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참전을 지속하지 않으면 결국 시장에서 도태되어 죽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편, 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해 일반 시민들의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과 관련해서는, 데이터센터의 사용 급증에 따라 발생하는 요금 인상분을 일반 가구와 분리하여 부과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본다.